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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리더십으로 ‘사람냄새 나는 변호사’ 스크랩 0회
작성자 : 리더십(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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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시절 27년간 ‘따뜻한 칼 ’에서 친구같은 고객사랑-나눔실천 CEO
로펌 ‘同人’ 박영관 공동대표의 휴먼경영


지난 7월3일 국내 9위 로펌 동인은 법무법인 답지 않은 행사를 가졌다. 빈곤가정 아동 교육,복지를 위해 봉사하는 NGO ‘위스타트’와 함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마련 등에 대해 상호 협력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법무법인 동인 소속 120여명의 변호사들이 매월 일정액을 위스타트에 정기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나눔경영과 구성원의 인화를 도모하고 있는 박영관 관리위원장(공동대표)은 검사 시절‘ 따뜻한 칼’이었다. 그의 책상엔‘ 의뢰인을 대하는 마음가짐’ 10계명이 놓여 있다. “매일 한 번씩은 읽으며 다짐 했으나 지키지 못한 부분도 많아 회한이 남는다”는 그는 세상에는‘ 법과 원칙’ 못지 않게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작은 시간이라도 쪼개 지식노동을 투입하는 ‘시(時)테크’로 영리 추구에 밝고,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들으며 대접받는 위치에 있던 로펌 변호사들이 비(非)법률적인 수단으로 어려운 이웃을 상대로 사회공헌을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에, 동인 구성원 전원이 참여한 불우 어린이 돕기 캠페인은 법조계 안팎의 화제를 모았다.

이같은 동인 구성원들의 나눔 철학은 이 로펌 경영진의 의지에서 비롯돼 사풍(社風)으로 정착돼 있다.

법무법인 동인의 경영철학 구현과 구성원의 인화를 도모하고 있는 박영관 관리위원장(공동대표)은 검사 시절 ‘따뜻한 칼’이었다.

그가 검사장직을 수행할 때 나온 공식,비공식 프로필의 키워드는 ‘강직하고 사심이 없다’, ‘원칙주의자’, ‘특별수사업무와 기획에 밝다’, ‘조직에 대한 긍지가 강하다’, ‘따뜻하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등이다.


좋은 말을 쓰는게 ‘프로필’이라지만, 그를 직접 만나보면, 이 프로필의 일단을 금새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의 책상에 놓인 ’의뢰인을 대하는 마음가짐’ 10계명이다.

범법자이지만 그가 살아온 방식을 존중하였는가/ 의뢰인의 삶을 연민하고, 동정하였는가/ 진실을 기반으로 한 변론을 위해 의뢰인을 설득하였는가/ 의뢰인의 고뇌, 속사정, 두려움을 공유하였는가/ 그를 위해 진심으로 근심하고 걱정하였는가/ 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안정감을 확인하였는가/ 의뢰인에게 성찰하고 인내하자고 충언한 만큼 변호인 자신도 그렇게 하였는가/ 의뢰인과 땀, 번민, 아픔을 나누었는가 등이다.

이 10계명의 원전(原典)은 그가 검사시절 책상머리에 붙여두고 매일 되뇌던 ‘수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수사는 강요가 아닌 설득이다/ 불의를 용납하지 아니하되 죄인을 학대하지 말라/ 피의자의 변소를 끈기 있게 경청하라/ 죄인을 공명심의 제물로 삼지 말라/ 때로는 피의자의 인생 상담역이 되라/ 피의자의 가족과 주변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라/ 피의자에게 거짓 약속을 하지 말라/ 정당한 법 집행으로 죄인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항상 진지하게 공부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라….

“책상에 두고 매일 한 번씩은 읽으며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지키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구속수감되는 순간, 절망적인 눈빛으로 검사실을 나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때 좀 더 관대했더라면 하는 회한도 남습니다. 세상에는 ‘법과 원칙’ 못지 않게 중요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언론 인터뷰를 여러 차례 고사했던 박 위원장은 본지 기자들의 집요한 요구에 처음으로 마주 앉은 뒤, ”마을공동체가 오손도손 살아가는 모습만 보며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낸 섬마을 출신 촌사람이라, 사람에 대한 존중과 연민이 법조인이 되어서도 이어진 것 같다”면서 동인 식 고객관계관리의 근원을 설명했다.

산아제한 정책 이후에 결혼했음에도 슬하에 4남매나 두어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박 위원장이 후배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마치 형이나 삼촌 같은 주문이다.

“밤에, 주말에 일하지 마라. 몸 축나고 능률 더 떨어진다”, “참으로 스펙도 좋고, 잘 나고, 일도 잘 하지만, 제발 우등생 되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길”, “안색이 왜 그 모양이냐. 욕심이 과도하니 그런 것이다”, “점수만 보고 자네 뽑은 것 아니다. 됨됨이가 중요하다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가르침은 만고불변의 진리라네. 겸손하시게….”

그는 변호사들이 점점 일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인간성을 잃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식 변호사 업무 투입 및 급여 산정 체계가 국내에 그대로 이식돼 있는 점도 있지만, 변호사 스스로 ’항상 칭찬받고 싶어 하는 우등생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꼬집는다.

오히려 기계같은 변호사가 아니라, 인간 냄새가 나는 변호인이 이른바 ‘장사’를 더 잘 한다는 것이 경영자 박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사람마다 개성과 취향이 다른데,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게 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후배들이 참 많고, 중견으로 성장한 뒤에도 쉽사리 이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서면을 작성하기 전에 의뢰인과 일정한 방향의 결론을 도출하는 기반은 바로 인간적 교감”이라고 말했다.

야근이나 휴일근무를 마다하지 않으려는 태도 역시 우등생 증후군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명성과 고수입을 얻은들 심신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일과시간 최선주의자’ 박 위원장은 피의자를 대하는 ‘10계명’은 다 지키지 못했지만 ‘사무실 밖에서는 법서를 보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켰음을 고백한 뒤,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틈나는 대로 법학과는 무관한 종교, 철학, 밀교, 신비학, 소설 등 비논리적인 책들을 읽으며 삶의 균형을 잡고 있다”면서 “균형 잡힌 삶을 사는 사람이라야 가치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배 법조인이 후배 법조인에게, 일견 법조인 같지 않게 요구하는 또하나의 주문은 바로 ‘법률 문서 포맷 파괴’이다.

이는 논어의 ‘君子不器(군자불기)’론과 통한다. 군자는 특정한 목적에만 사용되는 기물이 아니고, 완전한 인격체로서 다양한 사람을 대하거나 세상을 이끌어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과거 성균관에서 이 대목을 가르칠 때, 교수가 비싼 백자(白磁)를 강의실에 들고 들어와 유생들 앞에서 쇠망치로 깨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상투적인 법률 문서의 틀에서 과감하게 탈피할 것을 주문한다. 지식이 소음 되어 만연체의 지루한 글을 쓰지 말고 누구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주장이 뚜렷한 서면을 써야만, 법대(Bar) 아래 의뢰인, 법대 위 재판장과 명확한 소통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동인의 이같은 휴머니즘 경영 철학의 기반 위에는 투명한 성과보상시스템이 구축됐다. 좋은 컨디션으로 보람찬 열매를 일궈내도록 유도한다는 정신이 배어있다.

처음부터 거액의 계약금을 제공하기 보다는, 최상위 로펌보다 약간 부족하게 초기 보장을 해주고 일한 대가에 대해서는 많이 배분하는 상생의 배분체계를 마련했다. 세전 매출의 60%를 과감하게 구성원에게 나눠준다.

다른 로펌은 경영진과 실무 변호사 간 소득 격차가 크지만, 동인은 그렇지 않다. 경영진이 ‘인간의 모습을 한 변호인이 되라’고 강조한 만큼, 그 말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요즘 동인이 잘 나가는 비결은 첫째 의뢰인과의 인간적 교감과 신뢰, 둘째 휴식과 다방면의 소양 획득 기회 제공, 셋째 효율적이고 공평한 배분 시스템이다.

박 위원장은 ‘검찰총장 인사를 앞두고 상층부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전하자, 검찰이 긴장할 것도 뒤숭숭한 필요도 없도록 하기 위한 해답을 내놨다. ‘심신이 피로하면 일이 안된다’는 식의 소박한 논법이었다.

그는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면도날로 불필요하게 추가된 것을 싹뚝 잘라버린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윌리엄 오캄의 면도날 법칙(Law of Ockham‘s Razor)을 거론했다. “사법 기관과 시민과의 거리는 정권과의 거리와 반비례한다. 정권과 거리가 멀수록 사법 기관의 신뢰도는 높아진다”는 간단한 논법이었다.

박 위원장은 27년간 검사로 봉직했다.

장기간 특수 분야에 근무하면서 진승현 게이트, 언론사 탈세, 병역비리 사건을 비롯해 사회적 이슈가 된 정치권, 고위 공무원 비리 사건, 주가 조작, 탈세, 배임 혐의 대형 경제사건 등 특수수사분야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최재경, 홍만표 등 베테랑들이 박 위원장 직속 후배로서 수사기법을 갈고 닦았다.

법무부 검찰국 1,2,3과장을 거치면서 검찰 조직, 예산, 인사, 법안 등 기획업무에서도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갑자기 사시모집인원이 300명으로 50% 늘어난 23회 중에서도 늘 선두권에 있었고, 조직을 이끌어갈 중책이 약속된 듯 했다.

전남 신안군 도초도 섬마을 출신 순수 검사는 그러나 참뜻을 펴기 직전 정권교체의 외풍속에 검사복을 벗었다. ‘예상치 못한 좌절’이라는 논평이 이어졌고 동료 후배들은 “박 검사 같은 사람이 조직에 남아있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주가 마지막 근무지인데, 참으로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선배 공직자들이 한양에서 정쟁으로 힘들어하다 제주로 와서, 나눔과 절제의 ‘조냥’ 철학이 투영된 청정 음식과 주민의 따스한 인심을 누리면서 병이 낫고 장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제가 그걸 실감했습니다. 제가 제주를 떠나면서 이곳에 내집하나 마련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는 퇴임 당시 동료들의 위로를 회고하면서 “나는 다 누렸는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후회가 없다”고 말한 뒤, 마지막 임지 제주와 친정인 검찰조직에 대한 짙은 사랑을 고백했다.

함영훈ㆍ강승연 기자/abc@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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