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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리더십] 진심(眞心)의 리더십 핵심은 진심(盡心) 스크랩 0회
작성자 : 리더십(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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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배우려고 하면 보통 철학사부터 읽으라고 한다. 어떤 인물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야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 조사가 귀찮고 따분하듯 철학사를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철학사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인물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내’가 보기엔 별 차이 없는 개념과 사상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감당하기가 쉽진 않다. 그러나 조금만 읽다 보면 ‘내’가 색다른 별천지에 왔다는 느낌도 갖는다. 기업 운영을 위해 재고 조사를 건너뛸 수 없듯이 한 사상가의 출현과 특징을 알려면 철학사의 흐름을 간략하게라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동양 철학사를 다룰 때 ‘맹자’는 빠질 수 없다.‘맹자’를 읽지 않고서는 맹자의 기본 사상만이 아니라 주자의 성리학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조선시대 연산군 시절에 ‘맹자’ 읽기를 둘러싼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연산군 3년(1497년)에 채윤공(蔡允恭)의 고양 군수 임명을 두고 대간(臺諫)과 영의정 노수신(盧守愼)의 주장이 엇갈렸다. 대간은 채윤공이 글을 읽을 줄 모르니 목민관으로 부임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노수신은 글을 읽지 못해도 자질이 있으면 수령이 될 만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연산군은 대간의 탄핵을 받아들여 채윤공에게 책을 읽게 했다. 시험의 첫 번째 책이 ‘맹자’였다. (‘연산군일기’ 3년 7월 27일)

채윤공에게 ‘맹자’를 읽게 했더니 한문의 끊어 읽기도 제대로 못 하고 ‘경국대전(經國大典)’을 읽혀도 이해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칠사(七事)를 물어도 뭘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칠사는 수령이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임지로 떠날 때 외웠던 일곱 가지 항목을 말한다.

“농사와 누에치기가 잘 되는가, 인구가 늘었는가, 학교가 잘 돌아가는가, 군정이 정비됐는가, 부역이 고른가, 송사가 간결한가, 범죄가 끊어졌는가?(農桑盛, 戶口增, 學校興, 軍政修, 賦役均, 詞訟簡, 姦猾息)”가 칠사의 주요 항목이다.

채윤공은 ‘맹자’를 비롯해 세 가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고양 군수로 가지 못했다. 연산군은 채윤공의 일을 계기로 수령 중에 소임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가 있는지 조사해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맹자’라는 책은 왜 목민관의 자질을 테스트하는 기준으로 쓰일 정도로 주목을 받았을까? ‘맹자’는 공자의 ‘논어(論語)’처럼 문장이 뚝 끊어지지 않고 하나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쭉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한문을 배울 땐 ‘맹자’부터 읽으라고 한다.

철학사 관점에서 보면 맹자는 마음(心)을 철학의 주제로 삼은 최초의 학자다. 철학사의 자원을 활용해 ‘마음의 철학’이라는 새로운 판을 짰다는 점에서 맹자는 동양 철학사의 ‘스티브 잡스’에 비유할 만하다.

맹자 이전에는 마음의 개념이 없었다거나 마음을 두고 논의를 펼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이전 사람들도 마음이 아픈 줄 알고 남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들은 마음이 몸과 관련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맹자는 왜 이전에 주목하지 않았던 마음에 눈길을 돌렸던 것일까?

사람들은 깨어나서 잠들기까지 끊임없이 어떤 행위를 한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에 끌려서 그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일까? 공자는 사람의 행위에서 지식이 중요하다고 봤다.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세련되고 우아하며 때론 단호하고 엄격하게 처신한다. 반면,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우아해야 할 때 볼품이 없고 엄격해야 할 때 물렁하게 굴 것이라는 게 공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공자는 사람이라면 자고로 배워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자도 지식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지식은 책에 적혀 있고 어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중요한 지식은 모두 마음에 뿌리박고 있다고 봤다.

“군자가 사람의 참다운 본성으로 여기는 것은 사랑, 도의, 예의, 지혜 네 가지인데, 이는 모두 마음에 뿌리박고 있다. 본성은 밖으로 비치게 되는데, 해맑게 얼굴에 드러나고 등에 가득 차며 팔과 다리로 뻗어나간다. 이처럼 팔과 다리는 말이 없어도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진심’ 상 21)

맹자는 마음이 밖으로 훤히 드러나면 사람이 그것을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중국 철학사에서 처음으로 뚜렷하게 말했다. “사람은 대나무 죽간이나 비단에 쓰인 문자만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와서 신체(몸)에 드러난 새로운 문자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맹자의 생각이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고 행동이 어설퍼진다. 이때 우리는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얼굴(몸)에 쓰여 있는데 거짓말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맹자는 ‘마음-몸’의 언어가 따로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몸’ 언어를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마음-몸’의 언어가 가리키는 방향을 인지하지만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은 ‘마음-몸’의 언어를 읽고 그대로 한다고 말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그것을 왜곡해 달리 행동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처럼 알고도 못 하거나 잘못 알고 그대로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마음-몸’의 언어를 읽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맹자’의 서두를 장식하는 맹자와 양혜왕의 대화에 귀 기울일 만하다. 당시 양혜왕은 동쪽 제나라와 싸우다가 큰아들을 잃었다. 서쪽 진(秦)나라로부터 패해서 700리 땅을 잃었으며, 남쪽 초나라에는 치욕을 당했다. 당시 양혜왕은 이 나라 저 나라에 얻어터지는, 그야말로 동네북과 같은 신세였다.

양혜왕은 연거푸 당한 치욕을 갚기 위해 자신의 백성들에게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내(河內) 지역에 흉년이 들면 그곳의 주민을 하동(河東)으로 옮기고, 떠나지 못한 주민에겐 곡식을 배급했다. 하동 지역에 흉년이 들면 하내 지역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했다. 양혜왕은 이런 노력을 통해 백성들 숫자가 늘어나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양혜왕 입장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양혜왕)은 나라를 다스리면서 온 마음을 다할 뿐이다.”

“이웃 나라의 정치를 살펴봐도 자신(양혜왕)처럼 마음을 쓰는 자가 없다.”

양혜왕은 늘 이같이 말했음에도 그가 바라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맹자의 말처럼 양혜왕도 마음에 없는 짓을 한 것이 아니라 ‘마음-몸’에서 생기는 대로 구휼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양혜왕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백성들의 협조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 흉년에 시달리는 백성을 구휼했다는 점에서 선량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그의 모든 행동은 복수와 연결돼 있었다. 복수를 위해 백성을 구휼한 것이지 백성을 사랑해서 그들을 구휼했던 게 아니다. 즉 백성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우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조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때 묻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가 진심(盡心)을 했다고 하지만 그 마음은 진심(眞心)이 아닌 진심(塵心)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혜왕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화를 참지 못하고 성내는 진심(嗔心)을 갖게 됐다.

맹자는 사람의 참마음이 드러나 그대로 행동할 때 자신과 주위 사람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아무리 진심(眞心)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은 진심(塵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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